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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Eugene Thacker

9/1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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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저: 유진 새커Eugene Thacker
옮김: 김태한
출판: 필로소​픽
원저 명은 'In the Dust of This Planet - Horror of Philosophy vol.1'이며 약간은 시간이 된 2011년 8월 경 출간되었다. 번역본은 올해 (2022년 8월) 필로소픽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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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저의 모습은 왼쪽 사진과 같은데, 다소 밋밋한 느낌이 없잖아 있는 표지인듯도 싶지만 내용을 읽어 본다면 완벽하게 적합하기도 하다.

검은 색과 뭉글뭉글한 형상, 그리고 흘러 내리는 점액(해당 책의 주제 중 하나로 표현하자면)의 형태로 그려져 있다. 물론 번역되어 나온 책의 표지는 황홀하다못해 아름다울 지경이다.

러브크래프트의 <저 너머에서From Beyond>에 사용되는 우주적 공포의 차원을 들여다보고 또 관찰당하는 틸링해스트의 장치를 묘사하는

'역겹고 붉길하게 보라색으로 빛나는 혐오스러운 전기 기계'
를 그리는 것과도 같고, 우리-없는-세계와 머나먼 비존재의 공간을 묘사하는 몽환적인 색채와 형상과도 같다.
책을 관통하는 관점은 '공포의 철학Philosophy of Horror'이 아닌, '철학의 공포Horror of Philosophy'다. 단순히 말장난 혹은 무의미한 수사라 느낄수 있겠지만, 저자의 관점과 목적은 확고하다. 공포를 철학적으로 해체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의미있지만, 소설이나 영화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나타나는 초자연적이고 이해불가능한 근원적인 공포를 단순한 '형식'을 기반한 체계로 접근될 수밖에 없다.
반면 저자가 원하는 것은 철학과 공포의 관계가, 철학이 그 자체적인 한계와 제약을 넘어선, 사유 가능성의 경계에 대해 접근하는데 있다. 언어로 표현되고 이해될 수 있음은 그 자체로 공포가 아니며, 사유 불가능한 사유 자체로 공포를 접근한다.
저자의 관심과 지식의 깊이는 경이롭다. 철학자가 철학을 이야기함이 뭐가 대단한가 할 수 있지만, 이 책의 주제는 저자의 매니악함을 대표한다.

전체적인 구성은 세 개의 큰 단락으로 구분된다. 큰 세 개의 단락은 각각 더 작은 몇개의 논항과 강론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온라인 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서지 정보에서는 세부 사항이 숨겨져 있기에 이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빌어 다음과 같이 조금 더 상세히 기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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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학에 관한 세 질문
질문 1 - 블랙메탈에서 단어 '블랙'의 의미에 대하여
질문 2 - 악마가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하여
질문 3 - 악마학에 대하여, 그리고 악마학이 존중받을 만한 연구 분야인지에 대하여

2. 오컬트 철학에 대한 여섯 강독
강독 1 - 말로의 <포스터스 박사의 비극>부터 괴테의 <파우스트> 1권까지
강독 2 - 휘틀리의 <악마가 타고 나가다>부터 블리시의 <검은 부활절, 또는 파우스트 알레프 널>까지
강독 3 - 호지슨의 <유령 사냥꾼 카나키>부터 텔리비전 드라마 <외부 경계>의 에피소드 <경계지>까지
강독 4 - 러브크래프트의 <저 너머에서>부터 이토 준지의 <소용돌이>까지
강독 5 - 실의 <자주빛 구름>부터 호일의 <검은 구름>, 밸러드의 <갑작스러운 바람>까지
강독 6 - <칼티키: 불멸의 몬스터>부터 <엑스: 언노운>, 라이버의 <검은 곤돌라 사공>까지

3. 신학의 공포에 관한 아홉 토론
토론 1 -  생 이후
토론 2 - 신성모독의 생
토론 3 - 에워싸는 재앙
토론 4 - 네크로스
토론 5 - 생물물학의 영혼
토론 6 - 일의적 피조물
토론 7 - 멸종과 존재
토론 8 - 비존재로서의 생
토론 9 - 익명적 공포

"검은 촉수형 진공의 저조파 속삭임The Subharmonic Murmur of Black Tentacular Vo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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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공포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인간 중심적, 도덕률, 형이상학적인 관점들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말로 서술하진 않았어도 생각하고 있었을 방식으로 먼저 세계를 구분한다.
우리-세계(World)라는 인간이 지각하고 이해하며 사유할 수 있는 세계와
세계-자체(Earth)라는 공간적인 세계 그 자체를 말한다.
물론 우리-세계는 세계-자체에 종속되어 있으며 인간이 살아가고 사용하고 탐험하고 이해한 극히 일부에 불과한 곳을 제외한 영역은 우리-없는-세계(Planet)으로 이야기된다.

결국 공포는 우리-없는-세계로부터 기인하며, 이는 지구 내부적으로 흘러나오기도, 외부에서 다가오기도, 혹은 마법의 원이나 마법의 공간과 같은 상징적이고 관념적인 대상들을 통해 겹쳐지거나 납작하게 눌려 하나로 합쳐지기도 한다.

우리가 자연적인 것이 아닌, 초자연적인 것에서 공포를 느끼곤 하는데
초자연적이라 묶어 미지의 영역으로 미뤄두는 것은 또 다른 자연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이라기 보다는 절대적인 의미에서 인간 중심적 이해를 벗어나기 때문에 공포가 되는 자연이다.

공포를 다루는 매체에서 접하는 외계나 다른 차원, 심연 등으로의 진입에서 모든 변화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무한한 미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곧 문턱을 한 걸음 넘어가는 순간부터 인간성과 지구 중심주의terrestrialism으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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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이름'에 대한 관점과 '죽음', '생'에 대한 것도 다룬다.

특히, 나의 생 이후의 무한한 비존재와 내가 존재하기 전, 곧 나의 생 이전의 무한한 비존재의 대칭적인 형상 속에서 잠시 존재하는 인생이라는 생을 이야기하는 쇼펜하우어의 정서에 대한 것도 좋았다.

'나의 생 이후의 무한이 나의 생 이전의 무한보다 더 두려울 건 없다. 둘을 분리하는 것은 그 사이에 끼어든 덧없는 인생이라는 꿈life-drea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에 대한 질문은 철학의 역사를 통틀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가장 거대한 질문이며,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묻혀 조금은 '숨김'되는 관점이기도 하다.
화학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구성하는 '원소'라는 조각들은 일반적으로 없어지거나 변화하거나 생겨나지 않으며, 생이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가 순환해 다른 생에 깃든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과연 유기체에 대한 철학적 관점에서 과학적 순환의 의미가 어느정도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 기회였다.
철학책을 즐겨 읽지는 않는다. 
제목부터 표지, 내용과 사용되는 단어 하나하나까지 딱딱하고 복잡하고 과하게 함축되어 있는 형상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며, 정확히는 내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능력이 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도 읽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학 서적같은 경우에는 300~400 페이지가 되도 하루면 편안하고 가볍게 쭉 읽어나갈 수 있는데, 단 220여 페이지에 불과한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3일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과학에 관심이 많고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로서 읽기 편하고 간단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져서 그런 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철학자였고, 한평생 철학을 공부해 온 사람이었다면, 
이 정도 책은 그냥 가볍게 화장실에 앉아 잡지 한 권 읽듯이 독파해 좋은 내용이네~ 하며 기억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도 서로 다른 분야 교수들끼리의 업적 평가의 공정성이나 정량적인 당위성에 대해서는 끝없이 이야기가 나온다. 철학이라는 분야가 어려운 것인지, 문외한의 입장에서 접해서 복잡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궁금하다. 

올 하반기 철학 내구성은 다 소모된 듯 하다.
의지와 표상의로서의 세계도 보려 했지만 내년으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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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tem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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