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Bio Optics Lab.
  • Home
  • Hongje Jang
    • My activities
    • About music
  • member
    • Alumni
  • Research
  • Publications
  • Contact

야미하라(闇祓) - つじ村深月

9/2/2022

 
그림
그림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つじ村深月)
번역: 문지원
출판: 블루홀식스(블루홀6)

추가정보: 양장본, 총 504쪽
야미하라는 '00하라'라는 표현으로 일본에서 흔히 사용되는 괴롭힘에 관련된 단어다.
영어 harassment에 방식을 줄여 말한 00가 붙게 되는데, 성희롱(세쿠하라), 직장괴롭힘(파와하라), 정신적 괴롭힘(모라하라), 음주괴롭힘(아루하라) 등이 대표적이다 (옮긴이의 설명 참고).

책 제목인 야미하라는 정신적, 심리적으로 어둡게 조장하는 방식의 괴롭힘으로 이해되며, 어찌 생각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곳에서 최근 많이 언급되는 '가스라이팅'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공포를 강조하는 소설 중 그다지 무서운 소설은 없다. 아마도 소설이라는 글로 제공되는 이야기를 자의적으로 읽고 해석하며 장면과 분위기를 상상해야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인듯 싶다. 나에게 그만큼의 상상력이 부재함일수 있고, 같은 장면을 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직관적으로, 그리고 아주 자극적으로 놀래키고 혐오를 유발하며 감정을 궁지에 몰아넣는 영화 등은 공포라는 장르에 적합하다. 공포 관련 소설에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 완벽히 짜여져 소름이 돋는 플롯 구성에서 되살아나는 공포가 아닌 이상 책은 무섭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느낀다.

단순히 이 책을 구입해 읽어본 것은 우연이었다.
그림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는 2004년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冷たい校舎の時は止まる)'로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데뷔한다. 이 책은 만화책으로도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후에도 소설가로 끝없이 성공을 이어간다. 
2011년 '츠나구(ツナグ)'로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2012년 '열쇠 없는 꿈을 꾸다(鍵のない夢を見る)'로 147회 나오키상을, 2018년에는 '거울 속 외딴 성(かがみの孤城)'으로 제15회 서점대상을 수상한다.
이런 츠지무라 미즈키가 처음 시도하는 호러 장편 미스터리 소설이 바로 야미하라(闇祓)다.
그림
거울 속 외딴 성도 만화도로 발매된 뛰어난 추리소설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야미하라는 아주 즐겁게 읽은 책이었다. 500페이지로 짧지는 않았지만 번역도 잘 읽혀서 몇 시간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야기한다면, 공포라 해서 비현실적인 배경에 압도되는(e.g. 러브크래프트) 방식도 아니며, 갑작스럽게 뛰쳐나오거나 놀라게 만드는 방식의 공포도 아니다. 물리적으로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극한에 집어 넣는(e.g. 좀비물) 종류도 아니었다. 
오로지 감정적으로 독자를 가두고, 말 그대로 야미하라의 상황 속에 넣고 나를 지켜보는 등장인물들의 눈초리를 느끼게 만드는 현실적인 공포감이 있었다. 물론 완전히 현실적 배경에 충실해 추리나 과학, 실마리의 확인으로 우리 상상 속 결말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적절히 애매하고 적당히 오묘했지만 확연히 받아들여진다.
표현이 참 좋은게 많다. 좋다고 함이 옳은지 모르겠지만 와닿는다는 말이 더 옳겠다.

'학교라는 곳은 기이한 장소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몇 학년이 되든 어느 반에 속하든 교실 안에는 뚜렷한 계급이 생긴다. 스쿨 카스트라는 단어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역시 그렇구나, 하고 무심코 공감하고 말았다. 반에 존재하는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위나 아래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마다 관심 대상이 다를 뿐이지 어느 쪽이 더 뛰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깨닫고 만다. 적극적인 부류와 소극적인 부류, 화려한 부류와 수수한 부류, 시끄러운가, 조용한다.
확실히 상위 계급이 적극적이거나 화려하고 시끄러운 경향이 있기에 발언권이 강하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것은 무신경하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무신경한 부류가 마음이 약한 부류보다 '위'라고 불린다는 점이 석연치 않았다.
'

        - 츠지무라 미즈키, '야미하라' 1장 전학생에서 발췌
학교나 주민관계, 교우관계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우리가 노출될 수 있는 야미하라의 상황들은 인위적인 소설 속 존재들에 의해 가해진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 조금은 비현실적인 내용들. 하지만 조금만 상황이 달라진다면 현실이 될 수 있는 상황들.
이 모든 것이 가상에서 현실로 스멀스멀 검게 넘어오며 답답함과 두려움을 키워나간다. 
각각의 상황 속 야미하라들은 (책에서는 챕터로 구분됨) 결국 하나의 결말을 맞는다. 결말까지 완벽했는가 묻는다면 난 그렇다고 본다. 정확히는 이 외의 방식으로 모든 현실적이고 직면하기 시작한, 그리고 하나의 절대적 해결책이 없는 야미하라들을 봉합해 결말로 이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많은 느낌을 남겨주기도 한다. 마음 속에 울림을 일으키거나,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는 것과는 많이 다른. 어두운 스멀거림이 물러나간 곳에 남아있는 시커먼 흔적으로.

Comments are closed.

    아카이브

    September 2022

Proudly powered by Weebly
  • Home
  • Hongje Jang
    • My activities
    • About music
  • member
    • Alumni
  • Research
  • Publications
  • 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