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Rashomon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이콘인 명사다. 1950년작 일본 영화이며, 감독은 그 유명한 구로사와 아키라Akira Kurosawa 1951년 베니스 영화제 대상(황금사자상) 수상에 플래시백 기법의 도입부터 '라쇼몽 효과'라는 다각적 서술 기법까지 영화나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단어 과감히 라쇼몽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달고 올해 풀렝쓰로 나온 앨범이 있었으니..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구태한 과거 음악들에 빠져 사는 나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이바라키Ibaraki라는 밴드였다. 자국 문화를 사랑하는 일본의 밴드겠구나? 하는 나의 생각은 밴드 리더와 게스트 멤버들을 보는 순간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Matt Heafy (v, g, songwriting) 우선 대외적인 멤버는 매우 단촐하다. 1인으로 구성되어 기본적인 작곡 등을 모두 담당하고 게스트들로 꾸려진 밴드인데 리더가 맷 히피Matt Heafy다. 트리비움Trivium에서 초기부터 꾸준히 활동중인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은 맷이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사실. 라쇼몽이라는 앨범도 이해는 간다만, 음악을 들어보면 20세기 중반 영화의 색채보다는 굉장히 시원하고 프로글레시브하며 오케스트레이션이 여기저기 끼어있는 모던한 음악이었다. 게스트 멤버가 누구길래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앉아있느냐.. 우선 기타가 이산Ihsahn이다ㅋㅋㅋ 엠퍼러Emperor와 자신의 이름을 단 이산Ihsahn을 이끌고 있는 그 전설적인 인물. 엠퍼러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기타와 일부 곡의 보컬을 맡았다. 게스트 보컬로 베헤모스Behemoth의 네르갈Nergal이 뒤따르고.. 베이스는 본인 밴드에서 차출해 왔는지 트리비움의 그레골레토Paolo Gregoletto가 맡았다. 기타 역시 트리비움과 드래곤로드Dragonlord에서 활동중인 알렉스 벤트Alex Bent가, 다른 기타도 트리비움의 보리우Corey Beaulieu 게스트 보컬은 심지어 비 메탈 애호가들에게도 상당히 인기있는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의 제라르드 웨이Gererd Way가 참여하고 있으니.. 요약하자면 맷이 자기 하고 싶은 음악 있으니 친구들과 친한 본좌들 데려다가 신나는 메탈코어 한 판 땡기실래요? 해서 얼싸좋다 하고 만든 앨범이란 소리. 사실 메탈코어를 즐겨 듣지는 않는 편이다. 라쇼몽 영화도 기억이 잘 안난다. 비내리고.. 나생문(라쇼몽) 아래서 살인 사건 이야기 등을 나누던 것 외에는. 이런 대단한 양반들이 모였으니 음악은 당연히 듣기 좋다만 앨범 전체를 쭉 다 이어 들으면 조금 늘어지거나 지치는 기분이 뒤로 갈수록 커지는 듯 좋긴 엄청 좋다. 올해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꼽힐 자격이 충분.. Track Listing 1. Hakanaki Hitsuzen 2. Kagutsuchi 3. Ibaraki-Doji 4. Jigoku Dayu 5. Tamashii no Houkai 6. Akumu 7. Komorebi 8. Ronin 9. Susanoo no Mikoto 10. Kaizoku 올해 8월에 발매된 따끈따끈한 아치 에너미의 신보 Deceivers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평이 이래저래 많이 갈리는 음반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War eternal에서 보여줬던 모습도 좋지만, 이 음악들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사소한 정도다. 아치 에너미야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꾸준한 음악을 하니 뭐가 좋고 나쁘고를 앨범 하나마다 평가하는게 의미가 있냐 싶긴 하다. 확실하게 느끼는건, Alissa White-Gluz와 Jeff Loomis가 합류한 이후 지향했어야 할 방향이 이쪽이 맞는듯 싶다는 것 조금 더 빡세게 달려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기도 하지만 이정도로도 만족 Alissa White-Gluz (v) Michael Amott (g, b, k) Jeff Loomis (g) Sharlee D'Angelo (b) Eaniel Erlandsson (d) 아치 에너미를 처음 즐겨 듣게 됐던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였듯(?) 그 오래전의 Burning bridge (1999작)에서의 Silverwing이었다. 빡센데 멜로디는 좋고, 별로 타협하지 않듯 니네는 힘내라 난 그로울링 한다 일변도로 밀어붙이던 당당함이 아치 에너미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사실 그 이후로도 Amott 형제의 멜로딕한 라인 메이킹은 아치 에너미의 매력이기도 했지만, Silverwing 만큼이나 구구절절히 신파스러운 라인은 없었던 듯 모든 장점을 뒤로하고 아치 에너미의 특징이라면 역시 요한 리바Johan Liiva 이후로 시작된 강력한 여성 보컬진이 아닐까. 본격적인 번영을 이끈 안젤라 고소우Angela Gossow를 거쳐 The Agonist에서 활동하던 알리사Alissa White-Gluz의 영입은 그야말로 진화였다. 정~말 솔직히 말한다면 처음 알리사가 아치 에너미 차기 보컬로 확정되었을 때 별로 기쁘진 않았다. 알리사가 그 정도로 뛰어난 보컬이라 생각해보지 못했었고 애고니스트랑 좀 다르지 않나... 싶어서 애고니스트 입장에서도 2012년 알리사와 낸 마지막 앨범은 대호평이었지만 이미 이때부터 자신들의 음악 방향을 깨닫기 시작했다 느껴진다. 그로울링 일색으로 꾸리기엔 애고니스트는 많이 단단하지 않은 느낌 결국, 알리사는 본인의 최대 성과를 업고 아치 에너미로 성공적으로 이적해 자신의 매력을 완벽히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애고니스트는 차기 보컬로 또 다른 매력적인 미녀 보컬 비키 사라키스Vicky Psarakis라는 그리스 인물을 영입해 떡상에 떡상을 이어가고 있으니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겠다. 알리사(좌)와 비키(우) 여담으로, 아치 에너미 내한 공연때 가장 앞에서 정신없이 뛰면서 관람했는데 알리사의 무대 매너와 에너지에 놀랐다. 아이언 메이든이 내한한다면 브루스 딕킨슨Bruce Dickinson은 이보다 더하겠지? 한 번 더 내한하면 좋겠네! 아니면 그냥 내가 해외 학회를 기간 맞춰 바켄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ㅎㅎ 아치 에너미가 공유한 내한 공연의 스테이지 샷. 노란색 박스 안에 본좌가 보인다. Track Listing 1. Handshake with Hell 2. Deceiver, Deceiver 3. In the Eye of the Storm 4. The Watcher 5. Poisoned Arrow 6. Sunset over the Empire 7. House of Mirrors 8. Spreading Black Wings 9. Mourning Star 10. One Last Time 11. Exiled from Earth Astronomy - Dragonland (2006) 너무 지치고 피곤할 때는 예전에 자주 들어 기억속에 남아있던 음악이 불현듯 떠오르거나 한다. 오늘은 뭔가 그런 날이었다. 강의 3개, 온라인 회의, 랩미팅, 논문작업, 책 작업 등등... 퇴근 시간을 맞추려면 당연히 밥 먹을 시간은 없었고 여러모로 머리속이 복잡하다. 너무 많은 일을 한 번에 하려는 욕심 때문일지도 몰라도, 특별히 나댈 것 없이 자연스럽게 가고 있다. 대학교 학부생때 자주 듣던 드래곤랜드의 2006년 앨범 Astronomy를 굉장히 오랜만에 꺼내봤다. 중간에 몇 번 음원들을 소실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메탈 음원을 수집하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 이럴 때는 또 장점이 되기도 한다. 드래곤랜드는 2011년 이후로는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용히 연주만 하거나 공연을 다니는가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좋은 앨범들이 있다손 쳐도 플레이리스트나 인지도가 점차 쇠락하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아마도 밴드 내의 어떠한 문제나 현실적인 어려움, 미래의 기약 등이 맞물려 자연스럽게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Jonas Heidgert (v) Olof Morck (g) Elias Holmlid (k) Jesse Lindskog (g) Anders Hammer (b) Morten Lowe Sorensen (d) 드래곤랜드 음악은 좋긴 좋다. 그런데 더 좋은건 연주곡(Instrumental)이다. 연주를 흡사 드림씨어터나 그 비슷한 종족들마냥 말도 안되는 테크니컬 & 그루브 & 멜로디로 점철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냥 연주곡을 기똥차게 뽑아낸다. 듣기만 해도 영화 장면이 떠오르는 것 같은 그런 음악. 드래곤랜드 음악들 중 가장 좋아했던 것은 'The Old House on the Hill'이라는 3연곡으로 되어 있는 음악이었다. 밴드 이름만 본다면 그저 그런 랩소디 키즈같은 느낌의 유러피언 멜로딕 파워메탈을 할 것 같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솔직히 초기 드래곤연대기를 주제한 앨범들을 발표할 당시에는 그랬으나 보다 세련되고 서정적인 음악을 추구한다. 위에 소개한 연주곡은 서정성과 신비적임의 극에 달했다고 본다. 언제나 작정하고 뽑아내는 나이트위시가 연주곡을 작정하고 뽑으면 나오는 느낌이 아닐까? 투오마스와 잘 맞을 것 같은 느낌.. 오래된 앨범이고 특별히 더 추천하고자 하는 곡은 없다. 나쁘진 않지만... 어떤걸 들었던 마지막 3연곡에서 다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그것만 영상으로 가져와봤다. 약간은 쌀쌀한 겨울날 몇 잔 들이마시고 시벨리우스의 투오넬라의 백조를 듣던 느낌이 그대로다. A Desert Throne - Septicflesh (2022) Septicflesh의 따끈따끈한 EP 앨범 곡 A desert throne... 내가 아는 한 메탈 씬 한정 그리스에서 가장 위대한 밴드가 아닐까. 데뷔 첫 풀렝쓰 앨범 Mystic places of dawn부터 지금까지 도무지 망한 앨범이 없다. 아직도 내 휴대폰에 담겨있는 음악 파일 중에는 2017년 나온 가장 최근 풀렝쓰인 Codex Omega가 그대로 들어있다. 수시로 찾아 듣지는 않지만, 아 오늘은 도저히 뭘 들어야 좋을지 모르겠네 싶은 상황에서 틀어 놓으면 은은하고 편안하게 고개를 흔들으며 들을 수 있다. 이번에 가져온 a desert throne 역시 드디어 나오는.. 셉틱플레쉬의 신보 Modern Primitive의 수록곡이니, 앨범의 퀄리티를 이미 짐작할 수 있다. 그냥 이건 지리는 것이다. Spiros Antoniou (b, v) Christos Antoniou (g, k, orch) Sotiris Vayenas (g, v, k) Kerim "Krimh" Lechner (d) 작곡이나 연주, 보컬 모든게 엄청나게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소티리스의 클린 보컬 음색이 갖장 큰 매력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멜로디 라인에서 튀어나와 합쳐지는 클린 보컬이 없다면 특색없는 밴드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도 생각해 본다. Parrhesia - Animals as Leaders (2022) Animals as Leaders의 2022년 신보가 도래했다. 전작이 2016년 발매되었던 The Madness of Many였던 만큼, 아주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트랙들이지만 그간 AAL이 세간으로부터 잊혀진 적은 없었다. 밴드명과 동명의 앨범으로 2009년 데뷔한 이래, 메탈씬의 천재 아티스트를 꼽는다면 절대 빠진적이 없던 토신 아바시(Tosin Abasi)의 존재감 덕분일 것이다. 짤막한 연주 영상이나 마스터클래스 등 유튜브와 같은 매체가 보급된 최근에는 토신의 역할은 더욱 클 수밖에 없고, 대외적인 활동이 크지 않은 순간들에서도 AAL이 지속적인 관심을 받도록 만들어 왔다. 이번 앨범도 전형적이인 AAL 스타일의 젠트풍의 세련된 메탈이다. Parrhesia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보았는데, 사전적으로는 '솔직하게 숨김없이 진실 말하기 (미리 용서를 구하면서 진실을 말하기)'라는 수사학적 표현이라 한다. 묘하게 앨범 자켓의 백합을 타고 오르는 뱀의 모습의 의미를 알듯도 말듯도 하고.. 여튼 낫 배드 벗 굳 Tosin Abasi (g, b) Javier Reyes (g, b) Matt Garstka (d) 사족으로.. 음악 자체도 좋지만 역시 영상으로 봐야 제맛인 경우가 많다. 토신의 기타 플레이 스타일이 매우 독특한데, 기타리스트이자 베이시스트인 만큼 엄지를 이용해 슬랩을 적극적으로 기타 플레이에 사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약간 메슈가(Meshuggah)와 비슷하긴 한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내가 메슈가는 즐겨듣지 않지만(못하지만) AAL은 좋아하는 편이라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