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True Nature - The Nest (2022) 우연히 발견해 듣게 된 The Nest라는 다국적(?) 밴드의 첫 앨범 Her Ture Nature 되시겠다. 신화적인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지는 간결하고 강렬한 앨범 커버에 현혹되어 들어보게 되었는데, 왠걸 생각보다 괜찮다. 아니 썩 좋다. 아직 정규 라인업 멤버 구성인지 단발적 프로젝트 구성인지 모르겠지만 (전자에 가까울 것이라 본다), 꽤나 많은 인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악 자체가 블랙 메탈을 기반으로한 애트머스패릭에 가깝다. 다른 분석들에 따르면 사이케델릭 요소들이 여럿 내포되어 있다고도 하는데, 내가 사이케델릭에는 큰 관심이나 조예가 없어 모르겠다. Raven van Dorst (v) Alan Averill (v) Meilenwald (v) Deha (v) Bones (g) Marc DeBacker (g) Kirby Michel (g,v) Tommy Eriksson (g,v) Bram Moerenhout (b) Francois Breulet (b,g,k) Shazzula (k,theremin) 두 명의 멤버가 눈에 확 들어오는데, Déhà같은 경우 원맨 밴드를 선호해 온갖 잡다한(?) 밴드를 무지무지하게 많이 돌리고 있는 인물이다. 데하 음악을 몇 개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에너제틱한 추진력이 말도안될 정도라 생각함. 자세히는 몰라도 The Nest의 추진력이 데하에게서 상당부분 오지 않았을까... 토미 에릭슨(Tommy Eriksson)은 녹터널 라이츠(Nocturnal Rites) 초기 드럼을 담당했던 드러머인데 왜 여기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가 의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토미의 다음 행보는 그 유명한 Therion이었고, 여기서도 드럼을 담당하다가 이후 기타리스트로 포지션을 바꿔 활동한 바있다. The Nest의 구성 인물들 자체가 굉장히 다국적으로 되어 있으며, 심지어 all instrument에 익숙하고 한두 개의 악기나 보컬은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구성이다. Track Listing 1. Thalatian Vibe 2. Her True Nature 3. We Are One 4. Vague à l'âme 5. The Way of All Flesh 6. Altar 7. Le feu 트랙 제목들만 살펴봐도 앨범의 특색이 확연하다. 창세신화와 연관성 있는 커버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본성(Her True Nature)와 우리는 하나다(We Are One), 모든 육체의 길(The Way of All Flesh)가 인상깊다. 이후도 제단(Altar)과 불(Le feu)에서 파가니즘이 뚝뚝 묻어나는, 하지만 정통적이고 일관성있는 컬트식 블랙 애트머스패릭이 연상된다. 음악 자체도 마찬가지이며, 극단적으로 미신적 혹은 신비주의적 감상에 빠지지 않고 묵직하고 깔끔하며 몽환적인 공기가 가득하다. 좋아하는 스타일. 후속 앨범이 나온다면 필청할 의향 100%다. La Morsure du Christ - Seth (2021) 블랙메탈은 특유의 주제와 분위기, 분노의 직접성으로부터 여타 메탈 장르에 비해 상징적인 요소가 가장 많은 하위장르다. 거의 대부분 기독교에 대한 증오와 분노, 파멸을 찬양하는 경우가 많은데 Paganism이나 Mysticism에 기초한 경우가 많아 유일신 신앙으로 유럽 전역에 자리잡았던 기독교도 저주 대상이 된 것은 그다지 유별날 일이 아니다. 특별히 해당 종교의 교리나 방침에 불만을 갖는다기 보다는 미신적 요소에 깊게 또는 부분적으로 관여된 사람들에게는 탄압하는 주체로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만약 기독교의 발호가 늦어지며 실크로드를 통해 힌두, 불교, 혹은 그 외의 종교가 유럽을 지배했다면 블랙메탈의 대상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상징적 요소로는 악마주의적인 블랙메탈과 사타니즘을 필두로 바포메트나 염소머리, 꼬인 뱀 등 사악하고 악랄한 내재적 심성의 대상들이 대표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과 AntiChrist적 요소의 결합과 행동적 표출은 '교회 방화'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의 블랙메탈 밴드 Seth의 이번 앨범은 그야말로 이들의 가장 시작점이던 블랙메탈로의 회귀이자 요소를 비틀어 왜곡하지 않은 모던한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앨범 자켓에서 보이는, 타오르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이 이를 교묘하게 보인다. 보편적으로 교회 방화를 통해 음악만으로 표출되지 못하는 한없이 거대한 분노를 보이거나, 대중 혹은 다른 동종업계 종사자에게 소위 '쎈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상업적인 성공과 홍보효과, 비교적 저렴한(?) 자켓 제작비를 해결한다. 결국, 사용하지 않는 폐 교회나 아주 작아 사회적 제도적 보호에 취약한 산 속 또는 시골 교회에 직접 불을 지르고 불타는 사진이나 재가 된 교회와 그을린 십자가의 사진을 자켓 사진으로 사용하곤 한다. 세쓰의 앨범자켓은 실제 화재 사건에 휘말려 많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충격과 상처를 주었던 노트르담 연소 사진을 싣기 보다는 이를 묘사한 이차적인 모던 예술 작품을 사용했다. Saint Vincent (v) Drakhian (g) Alsvid (d) Heimoth (k, g) Pierre Le Pape (k) Esx Vnr (b) 샹송으로 사랑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모습이 더 친숙한 프랑스는 사실 블랙메탈이 상당히 강력한 나라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신기하기도 하지만, 국민 모두가 같은 성격과 특색을 갖지 않음을 떠올릴 때 프랑스의 블랙메탈 강세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블랙메탈은 지글지글한 로우 기타 사운드와 미친듯이 밟아대는 더블베이스로 인해 밴드 세션의 테크니컬한 능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 오해받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파트는 보컬이다. 블랙메탈의 모든건 보컬에서 시작해 보컬로 끝난다. 연옥의 밑바닥처럼 들끓는 음악 위에서 분노를 표현해야 하는것은 오로지 보컬에게 부여된 임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던하고 클래식하며 사악하나 서사적이고 서정적인, 장엄하며 활기찬 음악은 세쓰의 모던 블랙 메탈에 대한 확고함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이 앨범은 너무나 좋다. L’accoutumance au sang en est l’unique cure! Track Listing 1. La Morsure du Christ 2. Métal noir 3. Sacrifice de sang 4. Ex-cathédrale 5. Hymne au vampire (Acte III) 6. Les océans du vide 7. Le triomphe de Lucifer 8. Les océans du vide - Version claviers 9. Sacrifice de sang - Version claviers Argent Moon - Insomnium (2021) Insomnium은 가장 확실한 입지를 다진, 아직까지는 실패한 적 없는 완벽한 멜로딕 데스메탈 밴드라 생각한다. 1997년 결성, 핀란드 출신, 캔들라이트 레코드 소속, 미미한 멤버 교체 등 이 밴드는 도무지 흠잡을 곳이 없다. 2002년 발매된 첫 풀렝쓰 앨범을 시작으로 이번에 이야기하는 2021년 가장 최근 'EP' 앨범까지, 완성도나 수준이 떨어지는 음반이 단 하나도 없다. 물론 음악이 좋고 나쁨은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인솜니움의 경우에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많은 종류의 멜로딕 데스가 속도와 파괴성, 공격성, 야성적인 느낌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과 다르게, 인솜니움은 서정성을 극대화했으며 어쿠스틱과의 조화 역시 뛰어나다. 소위 '트루' 메탈을 고집하는 청자들에게 어쿠스틱이나 클린보컬은 볼트모트와도 같이 터부시되는 객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알세스트(Alcest)를 비롯해 여러 밴드들이 서정성이라는 감성과 데스가 절대적으로 유사함을 보여주곤 했다. 심지어 데스(Death)의 음악이나 더욱 극단적인 아노렉시아 널보사(Anorexia Nervosa)의 경우에도 서정적이고 비통하며 애환에 들어찬 음악적 요소는 극단과 공격, 절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을 수없이 증명해 왔다. 만약, 이 증명들이 올바르다면 Insomnium은 해답에 가장 가까운 밴드다. Niilo Sevänen (b,v) Jani Liimatainen (g,clean v) Markus Vanhala (g) Markus Hirvonen (d) Ville Friman (g, clean v) 단 네 곡으로 이루어진 EP 앨범이지만, EP로 치부하기에는 충만감이 상당하다. 닐로의 보컬은 언제나 묵직하며 감성적인 익스트림을 보여주며, 2019년 합류로 메탈씬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소나타 악티카(Sonata Arctica)와 케인스 오퍼링(Cain's Offering)의 야니 리마타이넨(Jani Liimatainen)은 분명 송라이팅과 멜로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마커스 반할라(Markus Vanhala)는 어떤가. 이미 같은 핀란드의 멜로딕 데스 밴드이자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기가 있는(?) 옴니움 개더럼(Omnium Gatherum)에서의 활동을 병행중이다. 은빛 달이라는 의미의 Argent Moon은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를 관통하는 거대한 대상이다. 이에 관련된 단편 소설의 챕터를 구성하듯, Conjurer(마술사), Reticent(과묵한 자), Antagonist(대적자), 그리고 Wanderer(방랑자)로 구성된 흐름은 트랙 이름 만으로도 빠져든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물론 이 네 곡은 옴니버스식 구성이며 컨셉 앨범은 아니다) Insomnium은 앨범 자켓만 앞에 띄워두고 들여다보며 음악을 듣는것 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취할 수 있다. Track Listing 1. The Conjurer 2. The Reticent 3. The Antagonist 4. The Wanderer In the Court of the Dragon - Trivium (2022) 정말 꾸준히 활동하는 Trivium이다. 싱글도 줄창 찍어대고 풀렝쓰 앨범도 거의 2년마다 계속해서 발매한다. 어영부영 만드는거면 몰라도 음악도 좋을수밖에 없고, 이번 앨범 용의 법정에서(?) 역시 아주 좋다. 앨범 자켓부터 너무 멋진데 싶었는데 음악도 말할 필요 없이 좋다. 특히 그간 약간은 아쉬운듯 가끔씩은 감을 못잡는듯 뭔가 아쉽던 맷 히파이(Matt Heafy)의 보컬이 아주 쫀쫀하고 탄탄해져서 더 좋다. 용과 투기장에서 부딪히고 있는 당사자가 되버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Matt Heafy (v, g) Corey Beaulieu (g, bv) Paolo Gregoletto (b, bv) Alex Bent (d) 트리비움이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딱히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로드런너와의 계약 이후 기복없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2019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후보에 오른것 만으로도 현대 메탈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밴드라는 것을 뜻하겠다. 미국 밴드로서 Lamb of God, Avenged sevenfold, Slipknot과 함께 4대 밴드로 여겨지는 만큼 인지도와 음악성, 대중성 모든게 대체 불가이다. 서정성이나 극적인 카타르시스, 웅장함을 추구하는 내 입장에서는 트리비움의 크러싱 리프와 드럼패턴은 다소 밋밋하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편안하게 듣기에는 적당하다 싶다. 이번 앨범 In the court of the dragon은 과거 Shogun에서 그리스 신화적 요소를 차용한 것과 같이 신화적 요소에서 컨셉을 가져왔다. 3번 트랙 다모클레스의 칼은 고대 그리스의 왕 디오니시우스가 신하였던 다모클레스에게 왕좌에 앉을 기회를 주고 왕위를 누리는것이 어떠한 기분인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를 따른다. 펠릭스 오브레(Felix Auvray)의 명화로도 남아있는 유명한 이야기였던 만큼, 이번 앨범이 신화적 요소와 흥겨움 혹은 비장함 등을 강조하기 보다 오히려 일상적이고 고뇌적인 요소들을 다루고 있음을 시사한다. The Sword of Damocles - Felix Auvray Track Listing 1. X 2. In the Court of the Dragon 3. Like a Sword over Damocles 4. Feast of Fire 5. A Crisis of Revelation 6. The Shadow of the Abattoir 7. No Way Back Just Through 8. Fall into Your Hands 9. From Dawn to Decadence 10. The Phalanx Union Gives Strength - Galneryus (2021) Galneryus의 음악은 언제나 확고한 정체성과 패턴으로 짜맞춰져 있지만 절대 질리지 않는다. 사실 가르네리우스를 찾아 들을 정도면 원하는 음악이 명확하기 때문에 질릴 수가 없다는게 더 옳을 것 같다. 혹자는 '특유의 뽕삘'에 지배되고 있다고도 말하지만, 뽕삘이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나라 뽕짝 같은 경우에도 싸구려 느낌이 난다거나 뻔하다는 등 비난일색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찌보면 가장 생각없이 들을 수 있으면서 신나고, 즐겨듣지 않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음악이 아닐까 싶다. 전형적인 일본 특유의 감성과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가득하지만 멜로딕 파워에 그런 요소가 없다면 아무 재미가 없을 것이다. 분노 없는 쓰래쉬나 절규 없는 데스, 신성모독 빠진 블랙메탈이랄까. Syu (g) Yuhki (k) Masatoshi Ono (v) Taka (b) Lea (d) 라인업의 변화가 없는 밴드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작곡과 멜로디메이킹의 핵심이자 수퍼 기타리스트인 슈(Syu)가 빠지지만 않는다면 가르네리우스는 건재하다. 야마B(Yama-B)가 오노 마사토시(Masatoshi Ono)로 바뀌었을때도 노익장이 무색할 정도의 완벽한 보컬을 보여주는(신사참배 등 국가적 관점에서는 충돌 혹은 비호감적 요소가 있지만) 마사토시로 인해 잡음 없이 팬들은 모두 만족했으리라 본다. EP앨범 답지 않은 무려 8곡의 수록곡와 여전한 멜로디와 속도감은 만족스럽다. 단지 마사토시의 보컬이 이전보다는 조금 힘이 빠져가는것이 아닌가 싶지만 라이브를 보지 않고서 평할 수는 없겠다. 적어도 수년 전 내한 공연에서 봤던 가르네리우스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이상한 음악으로 장르가 바뀌지만 않는다면. 물론, 슈가 버티고 있는한 그럴 일은 없다. Track Listing 1. The Howling Darkness 2. Flames of Rage 3. Hold On 4. Bleeding Sanity 5. See the Light of Freedom 6. Whatever It Takes (Raise Our Hands!) 7. Deep Affection (2021 Re-Recorded) 8. Everlasting (2021 Re-Record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