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itude - Gojira (2021) 프랑스의 프로그레시브 & 그루브 메탈의 선두주자 고지라의 2021년 앨범은 언제나처럼 기복 없이 완벽한 그들의 음악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2005년 발매되었던 From Mars to Sirius를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생각하지만, 이번 앨범은 다른 의미로 역사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메탈이 한철 지나간 과거의 음악으로 치부되며 대중적인 성과나 평가를 받기에는 다소 구세대적인 면모가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고지라의 Fortitude는 빌보드 Top album sales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를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Joe Duplantier (v, g) Christian Andreu (g) Jean-Michel Labadie (b) Mario Duplatier (d) 워낙에 오페스(Opeth)에 빠져 광팬으로 지내온 시간이 길었던 만큼, 고지라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와 즐겨 듣곤 했다. 네이오블리비스카리스(Ne Obliviscaris)와 같은 완전한 서정성과 익스트림 보컬 위주 음악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다소간의 취향적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고지라 음악이 부족했다 느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매니아층에서 비교적 박한 평가를 받았던 L'enfant Sauvage 앨범 이후로 또다른 발전을 보였던 고지라의 핵심은, 조 & 마리오 듀플라티에 형제와 더불어 2001년 결성 이후 단 한번의 멤버 해산도 없이 함께 했던 크리스티앙과 장미셸과의 4인조 케미가 핵심이 아닐까 싶다. Fortitude 앨범은 편하면서도 매력적으로 고지라에 빠져들 수 있는 이들의 최고작이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추천 킬링트랙은 Born for One Thing과 Another World 물론, 이 외에도 그냥 쩔어준다. Track Listing 1. Born for One Thing 2. Amazonia 3. Another World 4. Hold on 5. New Found 6. Fortitude 7. The CHant 8. Sphinx 9. Into the Storm 10. The Trails 11. Grind Damnun - Allegaeon (2022) Allegaeon을 들어본 사람들도 정확히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 밴드인지 한차례 혼란을 느끼는 경우도 많지만, 이들의 공식적인 답변에 따르면 '얼리젼'이라 함이 옳다. 미국의 멜로딕 데스 & 테크니컬 데스메탈 밴드인 얼리젼의 음악은 말할 것도 없이 그야말로 '오져버린다'. 전작인 2019년작 Apoptosis를 들으며 음.. 암세포 죽이는거 나도 많이 했는데.. 라는 다소 음악감상에 불경한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던 기억이 최근 2월 25일 발매된 Damnun을 들으며 떠오르기도 했다. 참고로 전작 수록곡들은 Parthenogenesis(단위생식), Interface//Meiosis(간기//감수분열), Extremophiles(호극성균), Exothermic Chemical Combustion(발열화학연소) 등.. 다소 이과 감성적인 용어가 많다. 그 뿐만이랴, 이들이 관심갖고 다루는 주제들은 진화론, 다이슨 구체, 줄기 세포 연구, 인공지능 등.. 과학에 상당히 많은 관심이 있다. 전체적으로 Erza Hayne이 가사를 쓰는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접근과 해석에 여러 시도를 했기 때문인데, 이번 앨범인 Damnun은 과학을 떠나 상당히 정신-심리학적 주제로 다가서려 했다. Greg Burgess (g) Michael Stancel (g) Brandon Park (d) Riley McShane (v) Brandon Michael (b) 대상을 과학에서 벗어난 것은 2015년 Erza의 탈퇴 때문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가 Elements of the Infinite에서 기틀을 잡은 것을 이후부터 발전시켜 확립했기에 자연스러운 새 시도와 패러다임 전환이라 생각한다. 주제를 벗어났다고 음악이 퇴락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가사 안보고 들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 아닌가. 프록함이 더욱 강해졌고 시원시원 섹시한 음악은 여전하다. Track Listing 1. Bastards of the Earth 2. Of Beasts and Worms 3. Into Embers 4. To Carry My Grief Through Torpor and Silence 5. Vermin 6. Called Home 7. Blight 8. The Dopamine Void Pt. 1 9. The Dopamine Void Pt. 2 10. Saturnine 11. In Mourning 12. Only Loss Emerald Seas - Seven Spires (2020) 어떤 경로로 처음 찾아 듣게 되었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나를 이끌었거나, 웹서핑 중 평론이나 기사를 보며 듣지 않았을까 싶다. Emerald seas는 이들의 두 번째 Full length 앨범이다. 사실 첫 EP앨범은 무려 2014년에 나왔고, 2017년 첫 full legnth인 Solveig가 발매되었다. 조금 뒤늦게 첫 앨범을 찾아 들었지만 될성 부른 나무의 떡잎이 무엇인가를 듣자마자 알 수 있을 정도의 유망주(?)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Adrienne Cowan - vocal & keyboards (2013~present) Seven spires의 창작 활동이 누구를 주체로 이루어지는지 까지는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당연히 모두의 협업이 주요할 것이다), 밴드의 핵심이자 매력포인트는 보컬 아드리엔 코완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보스턴 음대생(재학중인지 졸업인지는 2022년 시점 모르겠다)이라는 것으로부터 음악적 감각이 탁월함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가장 큰 매력은 코완이 클린보컬과 하쉬(익스트림)보컬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멀티플레이어라는 것이다. 물론 이 둘 모두에 강세를 보이는 보컬들은 코완 외에도 다수 있다. 오페스의 라르스 미카엘 오케르펠트(Lars Mikael Åkerfeldt), 데빈 타운센드(Devin Townsends)라던지, 아니면 올리버 하트만(Oliver Hartman이나 요른 란데(Jorn Lande) 등등.. 코완은 뭔가 다르다. 단순히 클린과 익스트림의 느낌이나 기교 차이가 아니다. 들어보면 그녀의 클린 보컬에는 뭔가 개 쩌는것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쉽게 느낄 수 있다. Adrienne Cowan (v, k) Jack Kosto (g) Peter de Reyna (b) Chris Dovas (d) 내가 코완에 대해 더 후한 평가를 하는 것은 한동안 페이스북에서 그녀가 업로드하는 라이브나 연습 영상을 자주 접해서일지도 모른다. 그와 무관하게 멤버 면면의 능력과 기교, 음악적 기량 모두 이들이 하나의 팀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물론, 최근 앨범도 더욱 좋다. 하지만 내가 Seven spires를 처음 접했던 음악이 Emerald seas인 만큼, 먼저 간략히 기록을 남겨 본다. 주로 운전하며 돌아다닐 때 듣곤 한다. 추천 트랙 중 클린 보컬은 Bury you, 익스트림보컬은 Drowner of Worlds를 추천한다. Track Listing 1. Igne Defendit 2. Ghost of a Dream 3. No Words Exchanged 4. Every Crest 5. Unmapped Darkness 6. Succumb 7. Drowner of Worlds 8. Silvery Moon 9. Bury You 10. Fearless 11. With Love from the Other Side 12. The Trouble with Eternal Life 13. Emerald Seas Existence is Futile - Cradle of Filth (2021) Cradle of Filth의 2021년작 Existence is Futile은 그야말로 CoF다운 앨범이다. 앨범 커버부터 여러모로 기괴한 혹은 쾌락적 묘사와 함께 그 자체가 파멸임이 시사된다.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c1450-1516)가 인간의 쾌락을 주제로 그린 3폭 작품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Tuin der Lusten)'을 모티브로 커버가 제작되었다 한다. 보스의 작품에서는 천국(좌), 인간세계(중), 그리고 지옥(우)으로 구분되어있는데, CoF는 원작에 비해 기괴함은 덜하나 지옥에 대한 묘사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Tuin der Lusten) CoF는 뱀파이어를 컨셉으로 심포닉 블랙을 추구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굳이 공포나 절규를 상징화하는 음악에 집착하지 않게 된 듯 하다. 이러한 평가가 CoF의 음악성이 변질되었다거나 오랜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는 방향으로의 작품활동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독창적이면서 음산한 심포닉 라인과 급격한 속도감의 조절(실제로 템포가 변하는 것 보다는 채워지는 음과 악기의 수를 극단적으로 조절한 묘사들)은 계속해서 기술적 및 감성적으로 발전해 왔다. 안개가 들어찬 숲길에서 마주친 뱀파이어 캐슬에서 느끼는 공포감 보다는 이번 앨범(그리고 근래 작품들)에서와 같이 지옥도 자체를 묘사하는 느낌이 강해졌다. 심블랙 보다는 앳모스페릭 블랙 느낌이 뒤섞였으나 오히려 좋다. 내게도 겨울을 함께하기 좋은 음악이었다. Dani Filth (v) Rich Shar (g) Marek 'Ashok' Smerda (g) Daniel Firth (b) Martin 'Marthus' Skaroupka (d, k, orch) Anabelle Iratni (v, k, orch) Track listing 1. The Fate of the World on Our Shoulders 2. Existential Terror 3. Necromantic Fantasies 4. Crawling King Chaos 5. Here Comes a Candle... (Infernal Lullaby) 6. Black Smoke Curling from the Lips of War 7. Discourse Between a Man and His Soul 8. The Dying of the Embers 9. Ashen Mortality 10. How Many Tears to Nurture a Rose? 11. Suffer Our Dominion 12. Us, Dark, Invincible 13. Sisters of the Mist (Bonus Track) 14. Unleash the Hellion (Bonus Tra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