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lucky Morpheus - Unlucky Morpheus (2022) Unlucky Morpheus의 모든 것은 보컬 후키(Fuki)에서 시작해서 후키에서 끝난다. 시원하면서 카랑카랑하고 파워풀하면서 뻗어가는 후키의 보컬이 없다면 사실 그냥 일반적인 일본 밴드A에서 그치지 않았을까. 매우 박한 평가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한 명의 원톱 플레이어가 있다는 것이 약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전체 팀을 깎아내리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 대전시티즌에 메시가 이적해서 팀을 멱살잡고 끌고 올라간다면 팀이 잘못한 것인가? 그럴리 없겠다. 이 걸출한 에이스를 보유하고, 불만 없이 팀을 유지해 꾸준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분명 그들만의 케미스트리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 Fuki (v) Shiren (g) Fumiya (d) Jinya (g) Ogawa (b) Jill (vn) 약간은 촌스럽거나 애니메이션 혹은 전형적인 일본 RPG 게임의 OST같은 느낌이라 평한다면 오히려 잘한 것이다. 밴드의 시작 자체가 기타리스트이자 리더인 시렌(Shiren)과 걸출한 여성 보컬 후키 둘만으로 이루어진 동방 어레인지 프로젝트였으니 오히려 정체성을 절반 이상 유지하고 있는듯 싶다. 객원 멤버로만 운영하던 밴드에 본격적인 정식 멤버 영입을 추진했고, 시렌과 후키는 개인적으로 다른 밴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으니 이렇게 많은 앨범을 꾸준히 내면서 활동하는것 만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하는 밴드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바이올린이 포함된 밴드를 좋아한다. 바이올린이 포함될 수 있는 음악적 한계가 둠(Doom) 메탈이나 멜로딕 메탈 외에는 없지 않겠냐 할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끝이 없다. 이미 네이오블리비스카리스가 보여줬고, 바이올린이 아닌 다양한 토속 악기들이 포함된, 네구라 번젯을 비롯한 포크, 페이건, 바이킹 메탈 밴드들이 있으니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일 따름이다. 신디사이저로 현악기 솔로와 오케스트레이션을 넣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바이올린의 날카롭고도 높은 소리와 후키의 보컬이 너무나 잘 어울려 유니즌을 만들 때면 절로 몰입하게 된다. 후키는 이쁘다 본 앨범은 밴드 명을 그대로 사용한, 말그대로 대표작 혹은 정체성을 보이는 앨범일 텐데, 라이브 앨범인 관계로 다수의 곡이 있어 구체적인 Track Listing은 생략한다. Circus of Doom - Battle Beast (2022) 나의올 1월 발매된 Battle beast의 신보 circus of doom은 전형적인 멜로디 잘 뽑힌 유러피언 메탈이다. 왕도에 들어맞는 정석적인 표현일지라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보고자 노력한, 꽤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본 사람이라면 그게 젤 어렵다는 것을 체감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실 Battle beast는 조금 치사하다. 곡을 잘 쓰고 시원시원하게 연주하는 기본 소양 위에 누라 로히모(Noora Louhimo)의 보컬이 얹혀지면 무엇이든 사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미 2012년부터 현재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해 배틀비스트의 고유명사로 자리잡기도 했지만, 언제나 신보가 나오고 들을 때마다 누라의 보컬은 경악스럽다. 너무나도 파워풀해서 톤이 높은 남성보컬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누라 이전에 함께하던 니테 발로(Nitte Valo)가 격이 떨어지던 것도 아니었지만, 누라 이후부터 밴드의 색채가 확실해진 듯 하다. 아치 에너미(Arch Enemy)의 전 보컬 안젤라 고소우(Angela Gossow)나 아바타리움(Avatarium)의 제니앤 스미스(Jennie-Ann Smith), 다크 무어(Dark Moor)의 엘리사 마틴(Elisa C. Martin)을 처음 접했을 때의 나의 충격이 아닐까. 여하튼 이 소위말하는 '쎈언니'가 무엇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믿고 찾아 들을 것 같다. Jusso Soinio (g) Pyry Vikki (d) Noora Louhimo (v) Joona Björkroth (g) Eero Sipilä (b, bv) Janna Björkroth (k) 앨범 제목이나 밴드명이 Circus 들어간 것치고 실망한 적은 없다. 이번 앨범은 가만히 듣다보면 약간의 락오페라 느낌이 상당히 강한 구성이라 나이트위시(Nightwish) 같은 느낌도 조금은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까지만큼 미칠듯이 야성적인, 진짜 배틀 비스트같은 누라의 보컬은 다소 자제되었고 음악의 완성을 위한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느낌이다. 유러피안 메탈스러운 느낌을 더욱 확연하게 해주는 키보드 톤과 라인도 최고다. Title Listing 1. Circus of Doom 2. Wings of Light 3. Master of Illusion 4. Where Angels Fear to Fly 5. Eye of the Storm 6. Russian Roulette 7. Freedom 8. The Road to Avalon 9. Armageddon 10. Place That We Call Home MMXX - Sons of Apollo (2020) 페르세포네 이야기를 하다보니 갑자기 떠올랐던 Sons of Apollo의 2020년 앨범. Sons of Apollo라고만 한다면 여전히 메탈을 종종 찾아듣지 않은 청자라면, 또는 새로운 (나름) 최근 밴드들을 살펴보지 않는 청자라면 의아할 수 있는 그룹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구성 멤버를 본다면? 그리고 추구하는 음악의 형태를 본다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Jeff Scott Soto (v) Ron "Bumblefoot" Thal (g) Billy Sheehan (b) Mike Portnoy (d) Derek Sherinian (k) 사진만 보고도 왕년에 음악 좀 들었다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람들이구만....' 을 되뇌일지도 모른다. 프로젝트 밴드나 여러 개의 밴드를 동시에 하는 연주자들도 많은 만큼 메탈씬에는 드림팀이 여럿 있지만, 이들 역시 무조건 그 드림팀 중 하나로 꼽힐 정도의 인지도이다. Dream Theater에서 활동하던 마이크 포트노이(Mike Portnoy), Guns N'Roses에 있던 론 탈(Ron 'Bumblefoot' Thal), Mr.Big과 Steve Vai, UFO의 미친 테크니션 베이시스트 빌리 시한(Billy Sheehan), Dream Theater와 Planet X의 데렉 셰레니언(Derek Sherinian).. 오히려 Talisman, Trans-Siberian Orchestra, Axel Rudi Pell 등에 속했던 제프 스캇 소토(Jeff Scott Soto)가 가장 걱정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실제로 보컬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부족하다기 보다는 아쉽다...정도? 방구석에서 듣고 글이나 싸지르는 사람이 낼 의견은 아닌것 같지만, 아쉬운건 아쉬운거다. Sons of Apollo의 음악은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과거 그들의 음악을 다시금 보여주는 느낌이 든다. 컨셉 앨범을 장대하게 추구하거나 서정성과 스토리성을 미칠듯이 녹여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 생각에 가끔씩 다시 듣고 싶었던 그 음악들의 느낌이 난다. 젠트나 그루브, 혹은 작위적인 박자 쪼개고 절기와 후루룩 넘기는 기교 위주의 프로그레시브와는 다른,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라 프로그레시브보다는 당연스럽게 헤비 혹은 파워하게 느껴지는 음악임에도 좋다. 키보드 세 대를 놓고 넥 두개 달린 기타와 베이스를 후려쳐대는 모습은 내가 그리워했던 그 모습이었다. 폼은 일시적이나 클라스는 영원하다. Metanoia - Persefone (2022) Persefone는 그리스 신화 속 페르세포네(Περσεφόνη)에서 밴드명을 가져와 익숙하게 들리지만, 유럽의 칼탈루냐와 프랑스 사이 피레네 산맥에 위치한 작은 국가인 안도라(Andorra) 공국 출신이다. 메탈이라는 마이너한 음악 장르가 위치도 친숙하지 않을 작은 국가에서 커져가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금은 북유럽 국가들과 브라질, 멕시코,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흔히 '거장'이라 불릴 정도의 밴드가 성립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페르세포네는 확실히 그 반열에 올라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 결성된 후 프로그레시브 & 멜로딕 데스를 꾸준히 지어내는 페르세포네의 음악은 과하지 않은 복잡함 속에서 고조되는 분위기와 터져나가는 카타르시스로 요약된다. 밝아오는 여명에서 산을 내려달리는 로한 기마대의 등장과 같이, 인상에 남고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를 하기에는 최적화된 작법이라 할 수 있겠다. 자칫하면 뻔하고 작위적인 강요가 될 수도 있을 방식이지만, 페르세포네는 언제나 완벽하고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Toni Mestre Coy "Fragment of Silence" (b) Carlos Lozano Quintanilla "Rüdiger" (g, v) Miguel Espinosa "Iawr"(k, v) Marc Martins Pia (v) Sergi Verdeguer (d) Filipe Baldaia (g) 이제까지의 페르세포네 역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한 밴드였지만, 이번 앨범은 더욱 그러하다. 그리스 신화의 죽은 자와 생명과 곡식과 파멸의 여신에 해당하는 페르세포네는 제우스와 데메테르의 딸이었으나 하데스에게 납치된 후 명계의 여왕이 된다. 지하 세계의 여신이자 공포의 여왕으로 불리는, 흡사 볼드모트와도 같이 이름을 언급하는 것 조차 금지된 파멸의 여왕이라는 이미지는 한국 사람들에게 다소 낯설수도 있다. 이번 앨범 Metanoia는 지하와 지옥, 회개와 고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Metanoia(회개)라는 대주제를 달고, 그리스 군이 패배 후 키루스(Cyrus the Younger)의 사망 후 원정의 일원이던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크세노폰(제노폰, Xenophon)이 고국으로 퇴각 행군(Katabasis)을 하는 이야기를 기록한 아나바시스(Anabasis)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후회, 회한, 고뇌의 감정으로부터 허덕이다 고국에 도착하며 구원받는 느낌은 앨범 커버에서 지옥을 벗어나 지상의 빛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페르시아왕 키루스(Cyrus the Younger)의 소아시아 원정은 쿠나크사 전투(Battle of Cunaxa)에서 맞닥뜨린 아르타크세르크세스 2세(Artaxerxes II)와의 전투로 막을 내린다. 이후 살아남은 1만명의 군은 크세노폰의 인도로 무사히 퇴각한다. 올해가 아직 두 달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Persefone의 이번 작 Metanoia는 무조건 best 10 안에는 포함될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완벽한 앨범이다. Spiritual Migration(2013)과 비슷하며 Aathma(2017)를 뛰어넘는다. 젠트(Djent)함이 강해질수록 나는 더 빠져든다. Track Listing 1. Metanoia 2. Katabasis 3. Architecture of the I 4. Leap of Raith 5. Aware of Being Watched 6. Merkabah 7. Consciousness (Pt. 3) 8. Anabasis Pt.1 9. Anabasis Pt.2 10. Anabasis Pt.3 Halo - Amorphis (2022) Amorphis가 돌아왔다...! 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전작 Queen of Time이 이들의 역대 최고의 음반으로도 여겨졌기에 적당하지 않을수도 있겠다. 동네 펍에서 밴드할사람 모여라 해서 만들어지는 밴드가 세계적인 레벨이 된다고 불리는 메탈의 성지 핀란드의 프록 멜로딕데스 밴드인 만큼, 이들의 성골적인 근본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스쿨밴드 친구들끼리 시작한 1990년의 결성은 이미 왠만한 중견 이상 밴드들조차 명함을 내밀 수 없을 정도의 내공이라 할 수 있다. 모든(은 아닐 수 있지만, 거의 모든) 밴드는 기복이 있고, 음악성의 변화에 골수 팬들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완전히 다른 장르로 전환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내가 한동안 미치도록 빠져있던, 모든 앨범과 한정판을 다 사 모으고, 커스텀 이어폰 디자인을 가져오고, 휴대폰 케이스, 데스크탑 배경화면, 벨소리 등 나의 모든 가장 메탈에 뜨거웠던 시기를 함께했던 Opeth는 이제 더이상 내가 좋아하던 오페스가 아니다. 오페스가 변절했다느니 초심을 잃었다거니 하는 표현은 사용될 수 없다. 단지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생산자로서 그들의 관심이 바뀌고 처음의 영감이 다른 곳에서 유래했기에 자연스러운 프로그레시브 '락'으로의 나아감일 것이다. Tomi Joutsen (v) Esa Holopainen (g) Tomi Koivusaari (g, v) Santeri Kallio (k) Olli-Pekka Laine (b) Jan Rechberger (d, k) Amorphis 역시 꾸준한 변화와 시도를 가져왔다. 여느 뜨거운 스쿨밴드들이 그러했듯 데스메탈에 뿌리를 두었으며, 토속적 요소나 심포닉, 파워메탈을 시도한다. 아라비아풍 멜로디라인부터 온갖 다양한 시도로 온갖 뛰어난 작품들을 끝없이 만들어내던 그들이기에 근본적인 뼈대 위의 끝없는 변화가 그들의 정체성일지도 모른다. 약 4년만의 신작인 Halo 역시 독특하나 뻔하다. 이미 너무나 많은 시도를 이어갔기에 이들이 찾아낸 가장 좋아하고 적합한 음악성의 방향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모두 뒤섞인 음악을 자가복제하는, 소위 '사골'음악을 이어가는 밴드라 말할지 모르지만 Amorphis는 그래도 된다. 사골이면 어떠냐 미칠듯이 우러났는데 Kiitos!!!! 추억의 한 마디로 끝맺는다. Track Listing 1. Northwards 2. On the Dark Waters 3. The Moon 4. Windmane 5. A New Land 6. When the Gods Came 7. Seven Roads Come Together 8. War 9. Halo 10. The Wolf 11. My Name Is Night |